Claude Fable 5.1, 370년 미제 암호 '사이프럴 디스티크'를 하루 만에 해독

Lobsters26일 전조회 4

37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역사 속 암호가 AI 모델 손에서 하루 만에 풀렸다. Claude Fable 5.1이 토머스 어쿼트(Sir Thomas Urquhart)의 저서 『로고판덱테이시온(Logopandecteision)』 말미에 실린 '사이프럴 디스티크(Cyphral Distich)'를 해독한 것이다. 암호문 전체는 두 줄에 32개씩 배열된 64개의 숫자가 전부이며, 모델은 사람의 개입 없이 44분 동안 약 17만 6천 토큰을 써서 평문을 복원했다.

해법의 핵심은 암호 바깥에 있던 것이 아니라 책 안에 있었다. 암호문 바로 앞에는 32개의 '프로퀴리테이션(Proquiritations)'이 놓여 있고, 어쿼트는 본문에서 32라는 숫자를 유난히 강조한다. 규칙은 이랬다. 암호 줄의 i번째 숫자에 대해 i번째 프로퀴리테이션으로 가서, 그 숫자를 단어 위치로 삼아 해당 단어의 첫 글자를 뽑는다. 숫자에서 단어로, 다시 첫 글자로 이어지는 이 단순한 사슬이 64개 숫자를 문자로 바꿔 놓았다.

복원된 평문은 두 줄짜리 운문이다. 'O GOD UPHOLD KING CHARLS THE SECOND AND / MAKE HIM THE SUPREME RULER OF THIS LAND'. 각 줄이 정확히 32글자이고 and와 land가 라임을 이루는 2행시라는 점에서 결과가 스스로 검증된다. 왕당파였던 어쿼트가 찰스 2세를 위한 기도를 숨겨 두었다는 해석은 그의 정치적 이력과도 맞아떨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더 큰 암호도 풀렸다. 1652년 저작 『더 주얼(The Jewel)』에 남은 '사이프럴 옥타스틱(Cyphral Octastich)'은 64개가 아니라 285개의 숫자로 이뤄져 있었고 역시 미해결 상태였다. 여기서는 프로퀴리테이션 대신 책의 쪽수가 키가 됐다. 이 책은 번호가 매겨진 쪽이 284개인데 암호 숫자는 285개이므로, k번째 숫자를 k쪽의 단어 인덱스로 삼아 첫 글자를 취하는 식이다. 판독 가능한 275개 위치 가운데 231개가 해당 쪽에서 필요한 글자로 시작하는 첫 단어와 정확히 일치했고, 나머지 44개는 쪽 상단의 하이픈 단어, 하이픈 복합어, 앰퍼샌드, 문단 번호, 전사되지 않은 그리스어 구절 같은 이유로 1~3단어 어긋나 있었다.

이 암호의 역사는 길다. 1899년 『노츠 앤 쿼리스』에 미해결 문제로 제기됐고 20세기 암호학 문헌에도 등장했으며, 역사 암호 연구자 클라우스 슈메(Klaus Schmeh)가 꼽은 '미해결 암호 5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시도된 빈도 분석, 치환, 동음 치환은 모두 실패했다. 결정적 단서는 텍스트 자체가 반복해서 내놓고 있었다. 32라는 숫자, 시가 약속한 '독자 자신의 염원과 저자의 뜻', 그리고 프로퀴리테이션마다 되풀이되는 'is the desire', 'wish', 'hope of' 같은 마무리 표현이 그것이다.

이번 시도는 연구자가 몇 달간 여러 프런티어 모델을 상대로 미해결 암호 풀이를 시도한 끝에 나왔다. 그 과정에서 검증된 해독을 내놓은 모델은 없었다. 유도 방식은 단순했다. 목표를 주고, 온라인에 공개된 모델의 강력한 성과(특히 수학 문제 해결)를 참고하라고 이끌고, 창의적으로 접근하라고 독려했다. 제약은 두 가지였다. 이미 해법이 알려졌거나 여러 답이 가능한 암호는 피할 것, 그리고 수천 명의 연구자나 CIA 같은 조직이 이미 달려든 최난도 문제는 피할 것. Kryptos K4는 현재 모델에는 아직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모델은 여러 후보를 검토하다가 스스로 멈출 지점을 판단했고, 이 문제에서는 단서를 비교적 빠르게 알아챘다.

개발자 입장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결과 자체보다 과정이다. 모델은 가설을 세우고, 시도하고, 버리는 루프를 사람의 개입 없이 오래 유지했으며, 마지막에는 검증 코드를 남겼다. 285개 위치의 쪽·단어·글자·오프셋을 출력하는 verify_octastick.py, 쪽 파서인 jewel_pages.py, 분석 도구인 firstocc.py와 lattice.py, 그리고 SOLUTION.md와 FAMOUS-CIPHERS-STATUS.md가 그 산출물이다. 답을 주장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재현 가능한 검증 경로를 함께 제출했다는 점은, 장기 실행 에이전트를 평가하거나 파이프라인에 넣으려는 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계도 분명하다. 옥타스틱 해독은 9개 글자가 확정되지 않았고, 159번째 위치부터는 모든 숫자가 k쪽이 아니라 k−1쪽을 가리키는 현상이 나타난다(한 쪽이 두 번 쓰였거나 인쇄된 숫자에 오류가 있다는 해석). 4번째 줄의 I-R-S-H는 IRISH의 오기이거나 의도적 축약으로 보이며, 5번째 줄 4~12번째 글자는 C-O-N-E-R-T-H-T-O로 나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저자는 쪽 이동, 글자 누락, 숫자 오인쇄, 사전 격자 등 여러 가설을 검토했지만 영어가 되는 조합을 찾지 못했다. 1652년판 『더 주얼』의 무료 페이지 이미지가 존재하지 않아, 이 부분을 확정하려면 물리적 사본이나 1983년 Jack & Lyall 판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자 본인도 다른 프런티어 모델이 이 문제를 못 풀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단서 자체는 매우 단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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