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AI 데이터 폭증에 LTO 테이프 생산능력 5배로 늘린다
후지필름이 자기테이프 생산능력을 5배로 끌어올리는 투자를 발표했다. AI가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넘치면서, 한동안 사양 기술로 여겨졌던 테이프 스토리지가 대형 데이터 보관의 핵심 수단으로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다.
투자 규모는 약 100억 엔, 달러로는 6300만 달러 안팎이다. 대상지는 가나가와 공장 오다와라 사업장이며, 후지필름이 LTO 테이프 전용 설비에 투입한 자금 중 역대 최대다. 사업 기간은 2026회계연도부터 2028회계연도까지다. 이 기간에 제조 설비를 늘리고 인력도 충원해, 최신 세대 제품인 FUJIFILM LTO Ultrium 10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한다. 5배라는 목표치는 2025회계연도 생산 실적을 기준으로 삼았다.
배경에는 생성형 AI가 있다. 후지필름은 생성형 AI의 확산이 전 세계 데이터 수요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습과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쏟아지는 데이터 중 당장 자주 읽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대량으로 쌓이면서, 값싸게 많은 양을 담아둘 저장 매체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이 테이프 사용을 늘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테이프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보안이다. 카트리지를 시스템에서 물리적으로 분리해 서랍이나 금고, 별도 시설에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후지필름은 사이버 공격이 정교해질수록 테이프가 랜섬웨어 같은 위협으로부터 데이터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본다.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사본은 공격자가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 소식은 스토리지 계층 설계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뜻이다. 자주 접근하는 데이터는 고성능 스토리지에, 오래 보관하지만 가끔 꺼내는 데이터는 저비용 매체로 내리는 티어링 전략에서 테이프는 여전히 단위 용량당 비용이 강력한 카드다. 여기에 물리적 격리라는 속성이 더해지면 백업·보존 정책에서 불변 사본 요구사항을 채우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발표는 어디까지나 투자 계획이다.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은 2026~2028회계연도에 걸쳐 있고, 5배라는 숫자도 2025회계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목표다. 테이프는 순차 접근 방식이라 임의 읽기가 잦은 워크로드에는 맞지 않으며, 대규모 아카이브와 백업처럼 접근 빈도가 낮은 영역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