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7700만 달러 조달…기업용 SaaS와 IT 서비스 예산을 노리는 AI 에이전트 팀
기업 내부의 HR·IT·재무 업무를 여러 AI 에이전트의 조합으로 자동화하는 스타트업 Ema가 77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이번 조달로 누적 투자 유치액은 1억 4000만 달러가 됐다. 회사는 이 자금을 기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 업체가 담당해 온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는 데 쓴다는 계획이다.
라운드는 인도 벵갈루루에 기반을 둔 벤처펀드 Creaegis가 주도했고, 기존 투자자인 Accel, Section 32, Prosus가 지분을 늘렸다. 전액 신주 인수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부채나 구주 매각은 포함되지 않았다. 2024년에 진행된 직전 라운드와 비교해 기업가치는 4배 이상으로 뛰었지만, 구체적인 밸류에이션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Ema의 제품은 자사가 'AI 직원(AI employees)'이라고 부르는 형태다. 단일 작업을 처리하는 챗봇이 아니라, 여러 에이전트를 조율해 기업이 이미 쓰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위에서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업무를 끝까지 수행한다. 모델은 프런티어 모델과 오픈소스 모델을 합쳐 150개 이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회사가 집중하는 지점은 특정 모델 자체가 아니라 도메인 지식,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 그리고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화하기 위한 오케스트레이션이다.
실적 지표도 함께 공개됐다. 현재 50건 이상의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진행 중이고, 활성 엔터프라이즈 사용자는 100만 명을 넘으며, 누적 처리한 액션과 쿼리는 500만 건 이상이다. 고객 명단에는 NTT DATA, Hitachi, ADP, PwC, Google, KPMG, Wipro, Microsoft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2년간 매출은 50배 늘었고, 계약 총액(bookings)은 1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다만 이 계약 총액은 2~3년짜리 다년 계약의 총가치를 합산한 값으로 연간 반복 매출(ARR)이 아니며, 현재의 연환산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기존 고객의 순매출 유지율(NDR)은 약 180% 수준이라고 회사는 설명한다.
배경에는 기업 소프트웨어와 IT 서비스에 배정돼 있던 예산을 AI가 파고들기 시작한 흐름이 있다. Anthropic은 Claude를 재무·법무 같은 기업 핵심 업무로 확장하고 있고, OpenAI는 고객사와 함께 현장에서 AI를 프로덕션에 올리는 전담 엔지니어 조직을 운영한다. Ema 창업진은 이들을 정면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전직 Google·Coinbase 임원인 Surojit Chatterjee와 전직 Okta 임원인 Souvik Sen이 2023년에 세운 이 회사는, 프런티어 모델의 성능 향상 자체가 자사 제품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과금 방식도 눈에 띈다. 사용자 좌석 수나 소비한 토큰 양이 아니라 업무 완료와 비즈니스 성과에 가격을 연동한다. Chatterjee는 고객들이 대형 SaaS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일부는 아예 대체하는 단계로 가고 있으며, 그런 제품들이 사실상 데이터베이스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Ema는 먼저 기업의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감싸는 방식으로 진입한 뒤, 고객이 특정 제품 의존도를 낮추거나 교체하도록 돕는 순서를 택한다.
개발자 관점에서 이 모델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에이전트가 실행되는 표면이 사내 시스템의 API와 통합 지점이라는 점이다. 여러 단계 업무를 자동화하려면 기존 애플리케이션의 데이터와 권한, 워크플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좌석 단위로 값을 매기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도 압박을 받는다. 사람이 로그인해서 쓰는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에이전트가 대신 일을 끝내는 결과물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자리를 잡으면 좌석 수는 더 이상 매출의 척도가 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도입 후 컨설팅·구축·통합을 맡아온 IT 서비스 업무 역시 같은 자동화의 대상이다.
주의할 부분도 있다. 1억 5000만 달러라는 계약 총액은 ARR이 아니며, 180%라는 유지율과 80%에 가까운 매출총이익률은 회사가 직접 제시한 수치다. 밸류에이션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는 배포가 쌓일수록 AI 시스템이 학습해 사람의 지원이 줄어들고, 그만큼 마진이 개선된다고 설명한다.
조직은 마운틴뷰에 본사를 두고 벵갈루루, 런던, 밴쿠버에 오피스를 운영하며 임직원은 약 200명 규모다. 그동안 제품 개발에 집중해 왔다면, 이번 자금의 상당 부분은 영업과 마케팅 등 시장 진출 조직을 키우는 데 투입된다. 사업 무대는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중심이었지만, 앞으로 1년간 아시아태평양, 남미, 중동 일부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