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누스 토르발스가 리눅스 커널에서 AI 도구 금지 규칙을 거부한 이유
리눅스 커널 개발에서 AI 도구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은 만들지 않는다는 입장이 리누스 토르발스에 의해 다시 확인됐다. 커널 메일링 리스트에 올라온 문서 패치 하나를 두고 벌어진 설전에서, 토르발스는 도구 자체를 문제 삼는 규칙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발단은 로랑 팽샤르가 제안한 패치다. 문서에서 'Assisted-by' 관련 참조를 제거하자는 내용이었고, 논의는 기여 과정에서 AI 보조를 어떻게 표기하고 다룰 것인지를 둘러싼 기대치 설정으로 흘러갔다. 토르발스는 그 프레임 자체를 거부했다. 문제는 기대치가 아니라, 특정 도구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그가 든 반례는 컴파일러였다. 기계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정말 이해한다면 어셈블러로 직접 코드를 쓰지 않겠느냐는 식의 규칙을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그런 규칙을 따르지 않는 기여자는 실력이 없다고 몰아붙이는 논리라면, 커밋 메시지도 백스페이스가 없는 환경에서 써야 한다는 결론까지 간다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이런 종류의 규칙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는 자명하다는 것이다.
토르발스가 말하는 진짜 기대치는 따로 있다. 사람이 최선을 다하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 그리고 그 이해는 어떤 도구를 손에 쥐었는지와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다. 그가 존경하고 똑똑하다고 부르는 사람들은 새롭고 낯선 도구를 피하는 쪽이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오픈소스 생태계 전반으로 번진 AI 기여 정책 논쟁이 있다. 코드 생성 도구가 일상화되면서 프로젝트마다 표기 의무, 금지 조항, 검증 절차를 두는 흐름이 생겼고, 커널처럼 보수적인 프로젝트에서도 문서 수준의 규범을 어떻게 정할지가 쟁점이 됐다. 이번 스레드는 그 규범을 문서에서 걷어내자는 제안에 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이다.
실무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명확하다. 커널에 패치를 보낼 때 AI 도구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금지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대신 검토자들이 보는 것은 여전히 결과물의 품질과 제출자가 그 변경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도구 사용을 숨기기 위한 규칙이 아니라, 도구를 쓰든 쓰지 않든 책임질 수 있는 코드를 내라는 요구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다만 이 발언은 특정 패치 스레드에 달린 답변이며, 커널 문서나 공식 정책 문서가 개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프로젝트별 기여 가이드라인은 각각 다르게 운영되므로, 실제 제출 전에는 해당 트리와 메인테이너의 최신 문서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