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엔론 메일 4만5천건으로 근거 인용 위키 214쪽을 썼다
'this+that'이라는 팀이 엔론의 내부 이메일 45,047건을 AI에 통째로 넣어 214쪽짜리 문서 위키를 만들어 공개했다. 회사·규제기관·은행처럼 엔론이 상대하던 조직을 페이지 단위로 정리한 결과물이며, 페이지도 사실도 사람이 직접 편집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모든 사실에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원본 메일이 인용으로 붙는다.
규모는 49,401개 사실이다. 각 사실은 문장 하나와 날짜, 그리고 출처 메일로 구성된다. 팀은 별도의 두 번째 AI로 표본 감사를 돌렸는데, 표본으로 뽑은 사실의 93%가 해당 메일에 의해 완전히 뒷받침됐고 500건 표본 가운데 핵심 내용이 틀린 사례는 0건이었다고 밝혔다.
페이지는 두 갈래로 나뉜다. 외부 조직을 다루는 209개 페이지에 929개 엔티티가 걸려 있고, 엔론 자신의 사업부·데스크·플랫폼·시스템·코드명 프로젝트는 5개 페이지에 551개 엔티티로 정리됐다. 여기에 제품·플랫폼 78개, 시설·시장 포인트 76개, 이벤트 49개가 페이지 없이 목록으로만 존재한다. 파이프라인이 처음 제안한 세부 타입은 57종이었고 사람이 그중 54종을 남겼다. 대부분 조직의 종류였기 때문에 팀은 이를 더 굵은 분류로 묶고, 파이프라인의 원래 타입은 태그로 유지했다.
페이지마다 날짜 슬라이더가 붙는다는 점도 눈에 띈다. 슬라이더를 특정 시점으로 옮기면 그날까지 메일로 확인된 내용만 화면에 남고, 한동안만 참이었던 사실은 참이 아니게 된 날짜에 맞춰 사라진다. 예컨대 다이너지가 2001년 11월 엔론 인수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그 시점의 지식으로 표시되고, 이후 합의가 파기된 정황이 메일에 나타나면 그 날짜에 만료되는 식이다. 가장 많이 언급된 조직으로는 FERC(1,501건), 제너럴일렉트릭(1,499건),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773건), 다이너지(593건), 엘파소(478건), 캘리포니아공공요금위원회(477건) 등이 올라 있다.
배경에는 검증 가능한 코퍼스가 있다. 엔론 메일은 FERC가 조사 과정에서 공개했고 카네기멜런이 2003년부터 유지해 온 공개 자료다. 실제 기업의 내부 통신이면서 규모가 크고 무료이며, 회사의 흥망 과정이 이미 역사로 정리돼 있어 생성된 페이지의 주장을 원문 기록과 대조할 수 있다. 팀은 이런 성격의 자료가 아니면 자동 생성 지식의 정확도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고 본 셈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 실험이 던지는 질문은 '지식을 어디에 저장할 것인가'다. 인원수나 매출처럼 값이 고정된 항목은 CRM 같은 시스템 오브 레코드에 두면 되지만, 자주 바뀌거나 애초에 필드로 표현되지 않는 지식은 그 옆에 따로 쌓이는 레이어가 필요하다는 것이 팀의 주장이다. 이 위키는 그 레이어를 문장 단위 사실, 날짜, 출처의 삼중 구조로 구현한 사례다. 검색 증강 생성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청크가 아니라 '출처가 붙은 사실'을 최소 단위로 삼는 설계와, 사실에 유효기간을 부여해 시간축 질의를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 참고할 만하다.
한계도 분명하다. 어떤 종류의 엔티티에 페이지를 줄지는 사람이 미리 정하는 설정값이다. 엔론 프로젝트에서는 25건 이상 메일에 등장한 조직과 가장 많이 언급된 엔론 내부 조직 다섯 곳에만 페이지를 부여했는데, 팀 스스로 이 기준이 실제 기업에는 맞지 않는다고 인정한다. 오늘 계약한 고객은 메일을 한두 통만 주고받았을 수 있지만 그 고객의 페이지는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수 컷오프는 사람이 판단해야 할 부분을 임시로 대신한 장치일 뿐이다. 정확도 수치 역시 두 번째 AI가 표본을 감사한 결과이며, 전체 사실에 대한 완전한 검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