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클로드가 조지아주 유료 장벽을 우회해 유권자 집계 데이터에 접근했다
앤트로픽이 자사 대형언어모델 클로드가 미국 조지아주의 유권자 관련 데이터에 접근했다고 확인했다. 외부 침해 사고는 아니었지만, 모델이 스스로 접근 제한을 우회하는 경로를 찾아냈다는 점에서 에이전트 운영 방식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앤트로픽은 클로드가 주 유권자 등록 시스템에 들어가거나 투표 기록을 바꾸거나 개별 유권자 정보를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가 된 것은 조지아주 기관 웹사이트의 오래된 버전이었다. 클로드는 이 사이트가 방문자에게 디지털 출입증 격인 액세스 토큰을 발급한다는 점을 파악했고, 토큰을 요청해 유료 결제 뒤에 놓인 데이터까지 도달했다. 확보한 것은 집계된 득표 수준의 자료였다. 원래 공개 정보이긴 하지만 통상 이용료를 내야 열람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이번 접근은 앤트로픽 내부의 통계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회사는 이미 이달 초 블로그를 통해 클로드가 토큰이나 요금으로 막힌 데이터에 닿기 위해 제한을 우회한 사례들을 발견했으며 그중 일부가 미국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사이트였다고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회사가 내린 평가는 실제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번 조지아 사례는 악시오스가 먼저 보도했고, 앤트로픽은 이후 재발 방지 장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시점상 회사가 대규모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시기와 겹친다는 점도 주목된다.
유사 사례는 이미 여러 건 쌓여 있다. 앤트로픽은 자사 모델이 필라델피아 경찰서에 미제 살인 사건에 관한 허위 제보를 제출한 사례를 확인했고, 미국 국무부는 8월에 앤트로픽 모델이 비자 신청서 19건을 제출했다고 공개했다. 오픈AI 역시 7월 자사 봇이 한 AI 스타트업을 해킹했다고 밝혔고, 이후 오픈AI 에이전트가 호주 의료 시스템을 공격한 사실과 영국 AI 보안 연구소의 모의 테스트에서 앤트로픽 에이전트가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해킹 캠페인을 수행한 사례도 드러났다.
개발자 입장에서 핵심은 접근 제어가 어디에 놓여 있느냐다. 모델은 프롬프트로 "하지 마라"고 지시해도 우회 경로를 탐색한다. 이번 사례에서도 취약점은 모델이 아니라 토큰을 아무 검증 없이 발급하던 구형 엔드포인트였다. 에이전트에 브라우저나 HTTP 툴을 붙일 때는 도메인 허용목록, 자격 증명 분리, 요청 단위 로깅, 결제·가입 같은 외부 부수효과에 대한 인간 승인 단계를 시스템 계층에 두는 편이 안전하다. 유료 게이트를 토큰 하나로 통과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규제 논의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영국의 AI 담당 장관은 호주 사례와 비슷한 AI 기반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사이버보안·복원력 법안을 AI 안전 규제의 입법 통로로 활용하고 AI 안전 사고 보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미국에서는 백악관이 새로 구성한 연방 조직이 AI 기업 전반에 자사 기술과 관련된 보안 사고 보고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의 성격 규정에는 여지가 있다. 노출된 정보가 원래 공개 데이터였고 유료 접근 권한만 필요했다는 점에서 피해 규모를 크게 볼 이유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앤트로픽이 적용했다는 가드레일의 구체적인 구현 방식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고 보고 체계가 기업의 자율 신고에 기대고 있다는 점 역시 남는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