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출신이 세운 드림, 건축 설계를 월드모델로 바꾼다
팔란티어에서 10년을 함께 일한 앤디 엘더와 아르준 마투르가 건축·엔지니어링·시공(AEC) 분야를 겨냥한 스타트업 드림(Dream)을 공개했다. 건물 설계와 엔지니어링 작업을 자동화하는 '월드모델'을 만드는 회사로, 안드레센 호로비츠(a16z)가 리드한 17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라운드와 함께 스텔스에서 나왔다. 참여 투자자는 SV Angel, XYZ, Zigg Capital 등이다.
두 창업자는 스탠퍼드 컴퓨터과학과 동기로, 졸업 후 10년간 팔란티어에 몸담았다. 엘더는 미 국방·정보기관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800명 규모 조직에서 제품 디자인을 이끌었고, 마투르는 상업 부문 시니어 부사장을 지냈다. 건축이나 구조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미국의 건축 생산량이 수십 년 전보다 줄고 개발 비용은 치솟는 상황을 문제로 봤다.
드림이 겨냥하는 지점은 설계 실무의 도구다. 구조기술자나 건축가가 여전히 AutoCAD, Revit 같은 레거시 소프트웨어 위에서 도면을 부품 단위로 그려 나가고, 그 과정에 AI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진단이다. ChatGPT 같은 범용 LLM은 그럴듯한 건물 이미지를 뽑아내지만 구조적으로 안전한 결과는 아니다.
드림의 차이는 학습 데이터와 물리적 제약에 있다. 텍스트 대신 미국 전역의 인허가 아카이브에서 모은 1억 제곱피트 이상의 건물 데이터를 학습 재료로 삼았다. 회사가 '구조적 인지(structural cognition)'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배관과 공조(HVAC) 같은 내부 요소와 자재, 보의 재하 능력까지 계산에 넣은 설계를 만들어 낸다. 벽 안쪽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모델이 이해한다는 것이 창업자들의 설명이다.
이미 상용화는 시작됐다. AEC 실무자와 개발업자가 건물 설계 구상을 잡고 전체 비용을 추정하는 용도로 제품을 쓰고 있으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진행 중인 10개 프로젝트에 배포된 상태다. a16z의 파트너 키멀리 탄은 1년 전 아이디어 단계에서 투자했고, 자체 모델만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팀은 처음 봤다고 평가했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검증 가능성이다. 생성 모델의 출력이 그럴듯함이 아니라 물리 법칙과 시공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도메인에서는, 학습 데이터의 성격과 제약 조건을 모델 구조에 어떻게 박아 넣느냐가 성능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프롬프트 한 줄로 결과를 뽑는 방식과 달리, 인허가 도면처럼 구조화된 실물 데이터를 대규모로 확보한 쪽이 우위를 갖는 구도이기도 하다. 설계 구상과 원가 추정을 한 모델에서 처리하는 흐름은 향후 에이전트 파이프라인 설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경쟁 구도도 이미 형성돼 있다. 모티프(Motif), 스냅트루드(Snaptrude), 아르콜(Arcol) 등이 AI로 AEC 소프트웨어를 갱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건물 전체를 즉시 설계하는 월드모델을 만든 곳은 자사뿐이라는 것이 드림 측 주장이며, 아직 외부 검증은 제한적이다. 실제 적용 범위도 10개 프로젝트 규모로 초기 단계이고, 인허가 데이터가 축적된 미국 시장에 학습 기반이 치우쳐 있다는 점은 확장 시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