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 Akamai 클라우드에 7년간 116억 달러 지출…CPU 인프라에 베팅
Anthropic이 Akamai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7년간 쓰는 대가로 116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Akamai가 밝힌 이 계약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다. 두 회사가 지난 5월 맺은 18억 달러 규모 계약의 6배가 넘는 금액이다.
다만 이 약속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 Akamai의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계약은 Akamai가 정해진 납품 요건과 서비스 가용성 기준을 충족하는 데 달려 있으며, 특정 조건에서는 양사 모두 계약을 끝낼 수 있다.
매출 인식은 당장 시작되지 않는다. Akamai 경영진은 투자자 콜에서 올해는 이 계약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2027년 하반기부터 1억 5,000만~3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8년 말에는 연환산 약 17억 달러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함께 공개됐다. Akamai는 약 55억 달러를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며, 메모리 같은 부품을 미리 사들이기 위해 올해 자본지출에 약 17억 달러를 추가한다.
계약에는 지분 연동 장치도 붙었다. Akamai는 Anthropic에 워런트를 발급했는데, 이는 주당 111.33달러에 보통주 770만 주로 전환 가능한 비의결권 우선주를 살 수 있는 권리다. 발행주식의 최대 약 5%에 해당한다. Anthropic이 첫 지불을 하면 약 2%가 베스팅되고, 나머지는 추가 지출에 연동된다. 30억 달러를 더 약속할 때마다 약 1%가 풀리는 구조여서, 계약 총액은 최대 90억 달러 늘어난 약 200억 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 Akamai가 클라우드 계약에 워런트를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계약이 겨냥하는 것은 GPU가 아니라 CPU다. 코드를 실행하거나 웹을 탐색하는 일반 목적 작업을 처리하는 칩으로, AI 에이전트가 맡는 업무가 늘면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다만 Akamai는 Anthropic이 이 CPU를 구체적으로 무엇에 쓸지는 밝히지 않았다.
거래 구조도 통상적인 AI 순환 거래와 방향이 반대다. 보통은 칩 제조사나 클라우드 사업자가 자사 제품을 사가는 AI 랩에 직접 투자하는데, 여기서는 공급자가 고객에게 지분을 확보할 잠재적 권리를 주고 그 규모가 고객의 지출에 따라 커진다. AMD가 지난해 OpenAI와 칩 구매 마일스톤에 워런트를 연동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Anthropic은 이런 형태의 거래에 낯설지 않다. Amazon, Google, Microsoft, AMD가 모두 칩이나 클라우드 용량을 팔면서 투자했거나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nthropic이 다른 일부 사업자와 같은 규모로 이런 거래에 참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개발자 관점에서 이 소식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에이전트형 워크로드가 확산되면서 범용 CPU 기반 컴퓨팅이 다시 병목이자 경쟁 자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드 실행과 브라우저 자동화처럼 상태를 유지하며 여러 단계를 도는 작업은 GPU보다 CPU 비중이 크다. 둘째, 대형 AI 랩들이 특정 클라우드 사업자와 장기·대규모로 용량을 선점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등 부품을 미리 사들이는 움직임은 공급망 압박이 인프라 비용과 가용성에 계속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의할 점도 분명하다. 이 금액은 조건부 약속이며 양측이 특정 상황에서 해지할 수 있어, 실제 지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매출도 올해가 아니라 2027년부터다. Anthropic이 CPU를 어디에 쓸지는 공개되지 않아 실제 워크로드의 성격은 확인되지 않았다. 계약 발표 후 Akamai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최대 17%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