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매출 급증에도 컴퓨트 비용이 58%를 잠식한다

TechCrunch2026-11-04

앤트로픽이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고 제출한 S-1 수정 신고서를 통해 9월 30일로 끝난 분기 실적을 추가로 공개했다. 핵심은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동안 컴퓨트 비용이 그보다 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대형 AI 연구소의 원가 구조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 사례다.

숫자부터 보면 분기 매출은 170억 달러로, 직전 분기 115억 달러에서 크게 뛰었다. 문제는 그 아래다. 영업손실이 같은 기간 함께 커졌고, 컴퓨트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서 58%로 상승했다. 해당 분기에 컴퓨트에 쓴 돈만 100억 달러 규모다.

신고서에는 컴퓨트에 1달러를 투입했을 때 벌어들이는 매출을 추적한 그래프도 실렸다. 2025년 초부터 이 비율은 꾸준히 올라 최근 분기에 2배를 조금 넘는 지점까지 갔다가 다시 1.72배로 내려왔다. 상장을 앞두고 마진 개선을 보여줄 수 있었던 시점에 지표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원인은 컴퓨트를 확보하는 방식에 있다. 100억 달러 가운데 50억 달러는 단기 약정으로 들여온 물량인데, 다년 계약으로 확보한 컴퓨트보다 단가가 크게 높다.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치솟으면서 장기 계약 물량만으로는 감당이 안 됐고, 급한 대로 비싼 물량을 사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계약은 이미 일부 공개돼 있다. 스페이스X에 월 12억 5000만 달러를 컴퓨트 대가로 지급하고 있고, Nscale·Akamai·Volta와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하이퍼스케일러가 아니라 이른바 '니오클라우드'로 불리는 군소 사업자다. 단가는 비싸지만 계약 조건이 유연하다는 점이 급한 수요를 메우는 데 유리했다.

회사도 비용 절감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자체 컴퓨트 기반을 구축하는 'Anthropic Direc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신고서에서도 컴퓨트와 인프라 비용이 절대 금액 기준으로 계속 늘어나 당분간 가장 큰 영업비용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적고 있다. 니오클라우드 의존이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 원가 구조는 남의 회계 문제가 아니다. 추론 비용이 곧 API 토큰 가격과 레이트리밋, 신모델의 초기 공급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조달 단가가 흔들리면 가격 정책이나 모델별 처리량 제한이 예고 없이 바뀔 수 있고, 반대로 서비스 운영자는 양자화·캐싱·배치 처리 같은 자체 비용 절감 수단의 가치가 더 커진다.

다만 이번 마진 악화가 추세가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매출이 분기마다 50% 가까이 늘어나는 국면에서는 투자자들이 컴퓨트 비용 비중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수요가 진정되는 순간 비용 구조는 오히려 빠르게 개선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진짜 변수는 앤트로픽이 통제할 수 없는 바깥에 있다. AI 연구소들은 조 단위 규모의 데이터센터 증설 흐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채권 시장이 얼어붙거나 지역 사회의 반발이 거세지면 이 흐름이 둔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나빠진 컴퓨트 마진이 훨씬 더 복잡한 문제로 번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