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로 호출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앱 없는 개인 비서 시장을 연다
AI 에이전트를 쓰기 위해 새 앱을 깔 필요가 없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미 쓰고 있는 문자 메시지 창에 연락처처럼 저장해두고, 사람에게 보내듯 필요한 일을 적어 보내면 에이전트가 맥락을 기억하고 기존에 연결된 앱과 서비스에 접근해 일을 처리한다. 일정 등록, 여행 조사, 이메일 발송, 예약, 온라인 쇼핑, 며칠 뒤 알림까지가 그 범위다. 인터페이스는 문자지만 상대는 사람이 아니다.
범용 개인 비서 영역에는 여러 제품이 이미 베타로 뛰어들었다. Caddy는 아이폰에서 iMessage, 안드로이드에서 RCS로 동작하며 캘린더와 대화 내용을 연결해 처리해야 할 항목을 골라내고, 2026년 4월부터 공개 베타다. Folk는 iMessage·WhatsApp·텔레그램을 지원하고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터 위에서 돌아가며 코드 실행과 다단계 작업을 수행한다. 2026년 5월 베타를 시작했고 무료 플랜과 백그라운드 작업 무제한을 위한 월 8.33달러 Pro 구독을 함께 제공한다. Iris는 Hermes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iMessage에서 작업을 위임받고,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후속 연락을 취하는 설계를 내세운다. Martin은 SMS와 전화, WhatsApp, 이메일, Slack, 자체 iOS 앱까지 창구를 넓혔고 월 21달러부터 과금한다. Pally는 친구에게 말하듯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표방한다.
가족 단위를 겨냥한 제품군도 두꺼워졌다. Fambot은 학교 공지, 운동 일정, 식사 계획, 캘린더처럼 흩어진 가족 업무를 모아 정리하는 '가족용 비서실장'을 표방하며 앱과 문자를 함께 지원한다. 매일 밤 다음 날 일정과 할 일, 교복이나 준비물 같은 세부 사항을 요약해 보내고 부모가 그 메시지에 답장해 일정을 바꿀 수 있다. Gmail과 Google 캘린더에 연동되며 Outlook과 Apple 캘린더 지원은 예정 단계다. 2026년 9월 초 베타로 출시했고 프리시드로 350만 달러를 조달했으며, 베타 기간은 무료지만 이후 넷플릭스 구독료 수준의 과금을 계획하고 있다. Ohai는 메시지와 전달된 이메일, 음성 요청을 일정·알림·계획으로 바꾸고 가족 구성원 간 캘린더와 집안일, 식사를 조율한다. 기본 무료 옵션에 가족 규모별 월 9.99달러부터의 구독이 붙는다. Ollie는 2026년 6월 출시했고 가족 대상 제품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SOC 2 컴플라이언스를 확보한 것이 차별점이다. 무료 티어와 함께 월 25달러에 150건, 월 100달러에 최대 1,000건 메시지를 주는 유료 플랜을 운영한다. Orbits는 앱과 문자 양쪽에서 동작하며 웹 검색, 구매, 식당 예약, 일정 변경, 가사 서비스 견적 요청까지 처리하고 a16z Speedrun 펀드와 N49P, Garage Capital의 투자를 받았다.
여행에 특화한 Miso는 iMessage를 창구로 AI 여행 계획과 전담 여행팀 지원을 결합한다. 이용자의 취향과 마일리지 같은 우선순위를 반영해 항공편을 잡아주고, 여행 상세 정보와 항공편 변경 알림, 개인화 추천을 함께 제공한다.
자금 조달 규모에서 가장 앞선 곳은 Instinct다. 3억5000만 달러를 조달하며 25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주목받았고, 2026년 9월에는 1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해 기업가치 100억 달러를 인정받았다. 텍스트와 음성으로 지시할 수 있고 이메일, 캘린더, Google Workspace 등 기존 서비스에 연결된다. 초기 사용자들은 여행 계획과 장보기, 티켓 예약, 구독 해지 같은 작업에 활용했다. 9월부터는 사용자별 전용 이메일 주소를 부여해 개인 받은편지함을 건드리지 않고도 서비스 가입, 업체 연락, 후속 요청 처리를 대신하도록 했다. 통화 기능 지원도 순차적으로 배포 중이며, 서비스는 여전히 프라이빗 베타 단계다.
이 흐름의 배경에는 앱 피로가 있다. 알림함을 하나 더 늘리는 대신 이미 매일 여는 메시지 창에 에이전트를 붙이면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진다. 제품의 승부처는 대화 능력이 아니라 기존 캘린더·메일·메신저에 붙어 맥락을 축적하고 여러 단계를 스스로 밟는 실행력이다. 그래서 정보가 여러 채널에 흩어져 있고 반복 업무가 많은 가족과 여행 영역이 먼저 공략 대상이 됐다.
개발자 입장에서 메시징은 새로운 UI이자 새로운 통합 지점이다. 캘린더와 메일 API 연동, 사용자별 컨텍스트 저장, 다단계 작업 오케스트레이션, 백그라운드 작업 스케줄링, 그리고 사용자를 대신해 계정을 만들고 전화를 거는 대리 행위의 권한 모델까지 설계 범위에 들어온다. 과금 축도 메시지 건수와 백그라운드 작업량으로 옮겨가고 있어, 에이전트를 붙이려는 서비스라면 노출 방식과 비용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만 대부분 제품이 베타이거나 프라이빗 베타 단계이고 연동되는 서비스 범위도 제각각이다. Instinct처럼 자율성을 크게 높인 사례는 프라이버시와 보안 우려를 함께 불러왔고, 가족용 제품 중 SOC 2를 확보한 곳은 Ollie 정도다. 가격도 무료부터 월 100달러까지 편차가 커서, 실제 도입 판단에는 기능 목록보다 권한 범위와 데이터 처리 방식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