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AI 에이전트 협상 규범 세우려 법률 전문가 채용

the-decoder14일 전조회 2

앤트로픽이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협상하는 상황을 전제로, 그 규범을 미리 설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가격 흥정이나 불만 접수, 계약 조건 개선처럼 사람이 직접 처리하던 협상 업무를 에이전트에 맡겼을 때 무엇이 공정한 거래인지 기준을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로펌들과 자문을 진행하고 있으며, 파이낸셜타임스가 이 움직임을 처음 보도했다.

회사가 문제로 삼는 지점은 성능 격차가 곧 협상력 격차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앤트로픽은 자체 실험에서 더 강한 모델이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낸다는 결과를 이미 확인했다. 같은 사용자라도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계약 조건이 달라진다면,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경제적 이익의 차이로 직결될 수 있다.

이 작업은 별도의 인력 채용으로도 이어진다. 앤트로픽은 법조인 출신을 겨냥한 'Conceptual Reasoning Fellows' 포지션을 열었다. 선발된 인원은 4개월 동안 법학, 철학, 인지과학, 경제학, 정치학처럼 판단이 개입되는 질문으로 Claude를 시험하게 되며, 보수는 10만~16만7천 달러 수준이다.

출발점에는 데이터 공백이 있다. 수학이나 코드 영역은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넘치거나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모델 개선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반면 인문·사회 영역은 옳고 그른 답이 명확하게 갈리지 않아 학습과 평가에 쓸 재료 자체가 부족하다. 앤트로픽은 이런 영역에서 테스트 케이스와 평가 체계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앤트로픽의 기술 스태프로 법·제도·AI를 연구하는 저스틴 컬은 법 영역에서 품질을 정의하는 일이 유난히 까다롭다고 짚는다.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판단을 어떻게 측정 가능한 형태로 바꾸느냐가 이번 채용과 자문의 핵심 과제인 셈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 소식은 에이전트의 평가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다. 지금까지 에이전트 평가는 코드가 통과했는지, 수치가 맞았는지처럼 결과를 기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과제에 치우쳐 있었다. 협상이나 계약 검토처럼 정답이 없는 업무를 에이전트에 붙이려면, 사람이 판단 기준을 설계하고 그 기준으로 모델을 채점하는 구조가 필요해진다. 사내 에이전트를 업무에 투입하려는 팀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좋은 판단'을 정의할지 먼저 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공개된 내용은 방향과 채용 조건 수준이다. 공정한 협상 규범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과 원칙으로 구성되는지, 로펌 자문이 언제 어떤 형태의 결과물로 나오는지, 실험에서 모델 간 격차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규범이 실제 제품이나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