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들이 AI 에이전트의 자동화된 접근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Hacker News14일 전조회 2

자율적으로 웹을 돌아다니며 예약과 쇼핑, 메일 정리까지 대신 해주겠다는 AI 에이전트가 정작 실제 서비스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메타의 뮤즈(Muse), xAI의 그록(Grok), 오픈AI의 닷츠(Dots), 인스팅트(Instinct) 같은 에이전트 사용자들이 최근 주요 사이트에서 작업이 막히는 사례를 잇달아 보고하고 있다. 에이전트의 유용성을 뒷받침하던 '어디든 접속할 수 있다'는 전제가 흔들리는 국면이다.

차단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옐프는 자사 데이터 라이선스 프로그램에 비용을 지불하는 에이전트만 통과시키고 있고, 델타항공은 사용자를 대신한 항공권 발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JP모건체이스와 찰스 슈왑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에이전트의 계좌 접근을 막았다. 이전에는 동작하던 Cars.com이나 암트랙 같은 사이트도 어느 시점부터 접근이 되지 않는다는 이용자 보고가 나온다. 공개적으로 방침을 밝히지 않은 채 조용히 막는 곳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공개적인 충돌은 아마존과 퍼플렉시티 사이에서 벌어졌다. 아마존은 지난해 퍼플렉시티의 에이전트 쇼핑 기능을 금지하고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퍼플렉시티의 에이전트 활동을 중단시키는 결정이 나왔지만 항소법원이 8월에 이를 뒤집었고, 아마존은 이후 수정 소장을 제출했다. 같은 이유로 메타의 뮤즈도 아마존에서 정책 위반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그록과 인스팅트, 닷츠 역시 아마존 이용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아예 아마존 경쟁사를 만들까 생각 중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갈등의 뿌리에는 돈과 통제권이 있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이 에이전트를 싫어하는 이유로 광고 노출 감소를 지목했다. 사람이 직접 사이트를 둘러봐야 광고가 보이는데, 에이전트가 대신 구매하면 그 지면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데이터 라이선스 수익, 계좌 탈취·자동화 악용을 막으려는 보안 요구까지 겹치면서 사이트 운영자 입장에서 에이전트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메타는 정면 충돌 대신 제휴로 우회하는 쪽을 택했다. 월마트, 갭, 세포라, 베스트바이 같은 유통사와 손잡아 뮤즈가 해당 사이트에서 쇼핑할 수 있게 했고, 쇼피파이도 자사 스토어프론트 네트워크를 AI 에이전트에 개방했다. 메타는 개인 에이전트를 돌려보내는 것은 그 뒤에 있는 고객을 돌려보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명시적 차단 목록에 없어도 문제는 생긴다. 웹 전반에 깔린 안티봇 시스템이 에이전트를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간주해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레딧에는 뮤즈를 쓰는 구글 계정이 '의심스러운 활동'으로 제한됐다는 사례가 올라왔고, 메타와 제휴한 월마트에서 결제가 막혔다고 보고한 이용자도 있다. 인프라 사업자 클라우드플레어는 2025년 AI 크롤러를 한 번의 클릭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내놓은 데 이어, 검색 인덱싱과 AI 학습을 동시에 목적으로 긁어가는 크롤러까지 막기 시작했다.

에이전트를 만드는 개발자에게 이 흐름은 설계 전제의 변경을 뜻한다. 헤드리스 브라우저로 남의 사이트를 조작하는 방식은 정책·법적 리스크와 안티봇 탐지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공식 API,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 유통사 제휴, 사용자가 직접 권한을 위임하는 인증 흐름처럼 '허락받은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기능 구현만큼 중요해졌다. 반대로 사이트 운영자 쪽에서는 에이전트 트래픽을 어떻게 식별하고 허용 범위를 정할지가 새로운 운영 과제가 된다.

다만 전체 그림이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다. 오픈AI와 구글은 에이전트 차단과 관련한 논평 요청에 즉시 답하지 않았고, 인스팅트는 언급을 거절했다. 차단 사례 상당수는 개별 사용자 보고에 기반해 실제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 AI 안전성 평가 업체 에퀴스탬프의 크리스 카날 대표는 이런 차단이 결국 웹을 더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에이전트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반 봇을 막으려 설치된 장치에 에이전트가 걸리면서, 사람에게도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관문이 곳곳에 늘어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