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건설이 부채 이자와 토큰 가격 폭락에 흔들린다
LLM이 코드 생성과 지식 검색을 훨씬 넓은 사용자층에 열어젖힌 진짜 돌파구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그 위에 세워지는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경제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보는 투자자의 글이 화제가 됐다. 요지는 이렇다. 컴퓨터와 반도체에는 장기적으로 베팅하지만, 그 컴퓨터를 채우는 GPU 인프라 건설에는 반대 포지션을 잡겠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달 방식이다. AI 붐 초기에는 검색·광고·클라우드 저장소에서 나오는 현금으로 GPU를 샀지만, 그 단계는 끝났다는 진단이다. 2026년 AI 관련 채무 발행은 4배 이상 늘어 거의 5,000억 달러에 이르렀고,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네 곳만 10월 중순까지 2,280억 달러어치 회사를 발행해 2025년 한 해 총액의 두 배를 넘겼다. JP모건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올해 8,000억 달러, 2027년에는 연 1조 달러를 지출하고 그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할 것으로 본다. 반도체는 5년 남짓이면 감가상각되는데, 오르는 금리로 장기 자금을 빌려 그 칩을 사려면 칩이 벌어들이는 매출이 부채를 갚을 만큼 빠르게 커져야 한다.
소프트웨어 독점 없이 GPU 데이터센터만 운영하면 어떤 숫자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CoreWeave다. 수요는 넘친다. 지난 분기 매출은 두 배로 늘어 26억 달러였고 수주 잔고는 1,000억 달러를 넘는다. 그런데도 356억 달러의 부채(부채비율 8.94배, B+ 정크 등급)를 안고 2026년 2분기에 조정 영업이익 1억 2,800만 달러를 내면서 이자로 6억 4,000만 달러를 냈다. 3분기 전망도 영업이익 2억~2억 6,000만 달러에 이자비용 8억 6,000만~9억 5,000만 달러다. 10월 중순 이 회사 회사채 금리는 16% 안팎까지 치솟았고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는 11.4%를 넘어 심각한 신용 경색 신호로 읽히는 10% 선을 통과했다.
매출 전망도 예전 같지 않다. Anthropic의 상장 전 공개 자료를 뜯어보면 2026년 1분기 47억 달러에서 2분기 116억 달러로 147% 뛰었지만, 3분기에는 168억 달러로 증가율이 45%로 꺾였다. 더 중요한 건 분기 내부의 흐름이다. 7월 말 이미 연환산 650억 달러(월 54억 2,000만 달러) 수준에 도달했는데, 이후 성장이 완전히 멈췄다고 가정해도 3분기는 162억 5,000만 달러가 나와야 한다. 실제 3분기 매출은 168억 달러로, 8~9월 두 달 동안의 증가분은 7월 속도 대비 3.4%에 그쳤다는 계산이 나온다.
매출이 급격히 평평해진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이 자생성이다. 건강한 소프트웨어 매출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거나 돈을 더 벌어 그 이익으로 다시 소프트웨어를 사는 구조다. 반면 AI 토큰 매출의 상당 부분은 벤처캐피털이라는 한정된 외부 자금에서 나온다. 결제 데이터 분석업체 Ramp의 자료를 보면 AI 토큰 구매 상위 1% 가운데 80.4%가 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었고, 중간값 구매자는 13.1%였다. AI 래퍼 스타트업에 들어온 투자금이 API 매출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글쓴이는 정기적으로 코드를 생성하는 작업에 LLM을 쓰다가 Claude 구독을 해지하고 DeepSeek-V4.1-Flash-1017을 기밀 컴퓨팅 환경에서 돌리고 있다고 적었다. 일상 작업에서는 품질이 비슷하고, 출력 토큰당 160억 개 파라미터만 활성화하며, 작업당 연산 비용은 2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코드가 평문으로 서버에 남지 않고 암호화된 하드웨어 격납 구역 안에 머무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런 가격 하락에 대해 낙관론자들은 토큰이 20배 싸지면 사용량이 20배 이상 늘어난다는 제번스 역설을 든다. 글쓴이는 효과가 실재하되 제한적이라고 본다. 추론이 싸져서 자잘한 자동화를 시도할 확률은 높아지지만,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결과를 검토하고 유지보수해야 하므로 실제 사용량 증가는 2~3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작업당 가격이 20분의 1로 떨어지고 사용량이 2~3배 늘면 생태계로 들어오는 달러 매출과 사용자당 순 GPU 수요는 70~85% 줄어든다.
개발자 입장에서 이 글의 실용적 함의는 두 가지다. 첫째, 폐쇄형 프런티어 모델의 가격 프리미엄이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관측된다는 점이다. 오픈 웨이트 모델을 기밀 컴퓨팅이나 자체 인프라에서 돌리는 선택지가 실무 기본값으로 올라오고 있다. 둘째, 지금의 API 가격과 서비스 수준은 뒤에서 자금을 대는 쪽의 조달 여건에 크게 의존한다. 금리가 오르고 매출 성장이 평평해지면 GPU 발주가 먼저 멈추고, 그 충격은 한동안 반도체 실적에는 보이지 않다가 고객의 지불 능력이 끊기는 시점에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것이 글쓴이의 시나리오다.
다만 이 글은 한 개인 투자자의 논평이며, 인용된 수치와 전망은 저자가 제시한 자료에 기반한다. 제번스 효과의 크기를 2~3배로 추정한 부분도 저자 자신의 작업 흐름을 근거로 한 어림값이지 계량 분석 결과가 아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는 CoreWeave처럼 부도가 나지는 않겠지만, 자본수익률 계산에 따라 GPU 주문 증가를 멈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검증된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다.